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식은 무엇일까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은 색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는 물론 코카-콜라나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의 로고가 그 좋은 예시일 텐데요, 오늘의 기획 기사에서는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의 사례를 경유하여 명료한 문화정체성을 담은 색채를 구성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고자 합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2008년 이루어진 〈서울색 정립 및 체계화 사업〉으로 서울만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색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고고학부터 색채학을 망라하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협업한 이 사업은 자연환경 · 인공환경 · 인문환경이라는 세 가지 분류에 속하는 서울시의 69가지 항목을 선정한 뒤 색표집을 대어 눈으로 비교해 보는 ‘육안대조법’, 색채 값을 측정하는 기계인 ‘측색기’를 이용하는 방법,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색을 컴퓨터로 추출하는 ‘디지털 촬영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로써 단청빨간색 · 한강은백색 · 꽃담황토색 등 10가지의 서울상징색과 50가지의 서울지역색이 선정되었고, 여기서 파생된 총 600개의 서울권장색은 자연녹지경관 조성 등 다양한 도시 디자인계획 분야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상징색 각각의 먼셀기호와 CMYK · sRGB값을 제공하는 《서울상징색 적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함으로써 서울 시민들도 도시 디자인에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볼 때 서울시의 서울색 정립 및 체계화 사업은 지방 공공 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에서까지 서울만의 독특한 감성을 조화롭게 구현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 2017년에는 인천시에서도 《인천광역시 색채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인천색 표준색채 가이드북》을 발표하며 3개의 인천상징색과 10개의 인천색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색을 추출하기 위한 표준집단의 설정 방식이나 먼셀기호가 표기된 가이드라인 배포를 통한 민간 참여의 유도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경우와 상당히 유사했지만, 이와 동시에 눈에 띄는 인천색만의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인천 새벽바다색’, ‘옛 역사의 강직함을 담은 참성단돌색’ 등 인천의 색채를 명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인천시는 각각의 색채에 아름다운 인천시의 풍경, 명소에 살아 숨쉬는 역사, 지자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미래적 가치를 아울러 담아내며 한 층 더 심층적인 문화정체성을 직조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의 사례를 관찰해 보았을 때, 우리는 각 지역의 정체성을 색채학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본다면 한국의 색채를 담은 스톡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의 곳곳을 기민하게 들여다보고 한국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나아갈 미래까지 담아낸 작가님만의 컬러 팔레트를 만들어 세련된 한국적 스톡 이미지를 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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