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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높이: 한상무 작가 인터뷰

Updated: Jan 10

유엔난민기구는 가장 만연하고 복잡한 아동보호 문제 중 하나로 아동 노동을 지적합니다. 방글라데시 금속 공장에서 일하는 아동을 촬영한 한상무 작가의 작품 또한 아동 노동 문제에 관한 인식을 높였다는 점에서 ‘유니세프 올해의 사진’에 한국인 최초로 선정되었을 것입니다. 통로이미지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곳곳을 누비며 보다 진실된 이미지를 탐구하는 한상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찍는 한상무라고 합니다. 대학교 졸업 후 경향신문의 사진부에서 근무하다가 5~6년간의 스튜디오 생활을 거친 뒤, 독립적 스튜디오를 오픈하여 호텔 리조트 · 인물 등 여러 가지 사진 작업을 하다가 가장 최근에는 칠곡문화관광재단에서 연락을 받아 인물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잘 알려진 ‘유니세프 올해의 사진’ 수상작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느 날 유니세프 측에서 제안을 받아 재능 기부 차원에서 봉사를 나가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은 물론, 만난 사람들이 주는 독특한 끌림을 잊지 못해 8년간 매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때에는 일 년에 두 번까지 다녀온 적도 있었습니다.


2019년 유니세프가 ‘올해의 사진’ 수상작으로 선정한 한상무 작가의 작품

Q. 얼마 전인 12월 5일, 작가님께서 칠곡군 주민의 초상을 담아낸 ‘칠곡 사람들’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칠곡의 자랑은 특산품이 아닌 사람입니다’라는 사진전의 주제를 느낄 수 있었던 작업 과정의 순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칠곡 사람들’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 속 인물이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30분당 한 명의 초상을 담으면서 프로페셔널 모델과는 거리가 먼 칠곡군의 주민분들께서 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리고 제가 사진가로서 그분들을 흡수하는 과정의 깊이가 상당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칠곡의 자랑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작가님과의 대화에 앞서 유니세프와 함께한 작업, 티베트의 성지를 담은 ‘강린포체’ 연작, 이어 ‘칠곡 사람들’까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었습니다. 피사체와의 관계 맺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이신가요?

여태까지 사진 작업을 이어 오면서 다양한 피사체를 사진으로 담아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한정해 이야기하자면, 사람이라는 피사체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는 특별히 요구되는 단계 또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고려했을 때 사람을 많이 만나본 경험도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다행히 저 자체도 다른 이와 같은 눈높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성격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무작정 친해지려고 다가가기보다 상대방과 마음의 높이를 맞춰 그 사람이 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제 진심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통한다고 느낍니다.


나선정벌에서 공을 세운 신유 장군의 10대손이자 칠곡 인문학마을 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현우씨의 초상.

Q. 본디 삶에는 비극과 행복이 교차하지만, 한 컷의 사진에 이를 추려내는 과정인 연출은 사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것과 참된 것, 만들어진 것 사이의 관계성은 다큐멘터리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속되어 온 담론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상업사진은 촬영에 필요한 시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CEO는 CEO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보일 수 있는 공식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칠곡 사람들’ 같은 경우도 포맷을 유형학적으로 동일하게 하여 소품이나 포즈를 연출해 각각의 특색을 드러내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니 이 정도로 표현했지만, 저는 사진가로서 완벽하게 진실한 사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물을 피사체로 한 비상업 사진의 경우 예시를 두 가지만 들어도 다큐멘터리 · 르포가 있으니…. 장르에 맞게 눈높이와 마음의 높이, 연출의 정도와 깊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 한도를 정하는 것도 사진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유니세프와의 작업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유니세프의 내부적 노력과 저의 접근 방식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들어 예술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페미니즘, 환경, 기후 등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11월부터 비치코밍을 하여 ‘From the Sea(바다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시 글라스(sea glass,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지며 둥글어진 돌)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칠곡 사람들’ 사진전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군에 속한 인물 사진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강원도 고성이라면 어부가 있을 것이고, 저는 이런 유형학적이며 지리 환경학적인 관계성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각 군에 제안서를 보내 이 프로젝트를 전국적 단위로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Q. 사진가로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사진가로서 가지고 계신 꿈이 있다면 각각 무엇이신가요?

제 꿈은 다른 사람들이 제 사진을 보았을 때 행복을 느끼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눈과 마음의 높이를 맞춰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는 한상무 작가의 인터뷰, 어떻게 읽으셨나요?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그 장르에 따른 책임을 고찰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감명 깊게 다가왔습니다. 칠곡문화관광재단과 함께한 한상무 작가님의 ‘칠곡 사람들’ 사진전은 공예테마공원 예테미술관에서 1 28일까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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