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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권리와 잊힐 권리: 디지털유산법과 셰어런팅

Updated: Jun 30, 2023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꼭 유명한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삶은 함께 살아간 이들에게 영향을 주며 살아남는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속담을 바탕으로 금주의 기획 기사는 ‘디지털 유산’과 ‘잊힐 권리’를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인 4월 25일 허은아 의원을 대표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고, 이에 따라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의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관한 헌장〉에 따르면 디지털 유산은 “디지털로 창출된 기술적, 법적, 의학적 정보 및 그 밖의 정보, 또는 현존하는 자원의 디지털 전환형식과 함께, 문화적, 교육적, 과학적, 행정적 자원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조금 더 간단하게 정의하면 사진 · 동영상 · 글 등 디지털의 형태로 담긴 모든 정보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유산에 대한 개인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고 있을까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일찍 이루어진 미국 소재의 기업 메타는 계정 소유주가 본인의 생전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관리할 수 있는 ‘유산 접근’ 기능, 애플은 계정 소유주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를 지정하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이미 제공 중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현재까지는 당사자 외에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 계정주의 유족이 ‘디지털 유품’을 관리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디지털의 형태로 남겨지는 데이터의 승계 여부와 범위를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 법률안은 ‘기억할 권리’의 범위는 물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를 다시 한번 고찰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입니다.


여기에 덧대어 보면 좋을 IT 이슈는 바로 기억할 권리만큼 중요한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입니다. 지난해 7월 공개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이 사업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현 시대의 아동·청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상에 많은 개인정보가 누적되나, 이에 대해 삭제권 등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는 고려 아래 만 24세 이하 국민이라면 누구나 미성년자 시기에 올렸던 게시물의 접근배제를 손쉽게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전술한 정부의 시범사업은 개인의 디지털 주권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셰어런팅’에 울리는 적신호로도 읽힙니다. 양육(Parenting)하는 자녀의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Share)하는 셰어런팅(Sharenting)은 아동 및 청소년의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까지 활용될 수 있어 꾸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바 있고, 프랑스는 이를 고려해 부모가 자녀와의 합의 또는 동의 없이 사진을 업로드 할 경우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를 수립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해 볼 때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기억할 권리’와 ‘잊힐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리의 보장은 기술의 발전 속도에 상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뒤처지며 발생하는 공백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목록


1. 디지털 유산의 보존에 관한 헌장

2. 허은아 "생전 SNS 사진·글도 상속"…'디지털 유산법' 발의

3. [친절한 뉴스K] SNS 사진 상속…‘디지털 유산법’ 등장

4. "엄마, 내 허락받았어?" SNS에 사진 올렸다가 소송…셰어런팅 주의보

5.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돕는다…연말 '셰어런팅' 방지법 발의

6. [현장소리] ‘디지털 잊힐 권리’로 나를 잊어주세요

7. SNS상의 미성년자 초상권 보호를 위한 프랑스의 법적 조치

8.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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